얽혀서 배우는 AI는 혼자 똑똑한 AI와 무엇이 다를까

확률 파동으로 얽힌 집단 행동을 설명하고 중국 장중 거래 데이터로 검증한 논문을 따라가며, AGI에 얽힌 게임 모듈이 필요한 이유와 한계를 함께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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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ptive Entangled Game Modules in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제목의 논문이 arXiv 번호 2609.09226으로 공개됐습니다. 원문은 제목 아래 걸린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상호작용하는 적응적 행위자들의 집단 행동을 일반화된 행동 지능 파동 방정식으로 기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그 방정식에서 도출된 얽힌 게임 모드가 중국 장중 주식시장에서 관측된 결정 패턴의 89퍼센트를 설명한다고 보고합니다.

이 주장까지만 들으면 물리학 용어를 빌려온 또 하나의 비유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논문에서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질문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에 눈이 갔습니다. 모델 한 개의 똑똑함을 묻는 대신, 여럿이 얽혀 있을 때 생기는 행동의 모양을 먼저 묻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그 질문을 처음부터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파동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89퍼센트라는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AGI 구조에 대한 제안이 어디까지 설득되는지를 순서대로 따져보겠습니다.

혼자 잘하는 AI가 여럿이 되면 왜 어색해질까

여러 사람이 한 팀으로 일하다 보면,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회의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여러 AI가 한 팀으로 일할 때도 비슷한 일이 생길까요. 이 질문은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로 시스템을 만들어보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개별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는 계속 오르는데, 그 모델들을 여럿 붙여놓으면 예상과 다른 행동이 튀어나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간극을 볼 때마다 Supermarket 계산대를 떠올립니다. 계산원 한 명이 빠르면 전체 줄이 빨리 줄어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님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줄을 바꾸고, 어떤 줄은 비고 어떤 줄은 길어지면서 전체 흐름이 따로 움직입니다. 각자의 선택은 합리적인데, 모아놓으면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모양이 생기죠. 시장도 그렇고, 로봇 여러 대가 같은 창고를 돌아다니는 상황도 그렇습니다. 개체의 똑똑함과 집단의 움직임은 서로 다른 층위에서 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의 출발점이 저는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개별 에이전트의 추론 능력을 키우는 대신, 얽혀 있는 상호작용 자체를 직접 모델링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새로운 AI 아키텍처를 볼 때도 benchmark 숫자만 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무엇이 바뀌었고, 그 변화가 시스템에서 어떤 비용 구조를 만드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런 눈으로 보면 이 논문은 점수 경쟁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제안에 가깝습니다. 개체를 더 키울 것인가, 관계를 먼저 쓸 것인가라는 갈림길에서 후자를 택한 셈이죠.

물론 선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계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계산할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논문은 그 다음 단계로 무엇을 들고 왔을까요. 답은 파동이라는 수학적 언어로 집단을 쓰는 일입니다.

합리적인 개인이라는 가정은 어디서부터 어긋날까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면 시장은 독립적인 합리적 행위자들의 합으로 그려집니다. 각자 정보를 보고 각자 판단하고, 그 결과가 모여 가격이 된다는 그림이죠. 생각해보면 사람도 가끔은 그렇게 행동합니다. 조용한 아침에 차트를 보며 혼자 매수 버튼을 누르는 장면처럼요. 그런데 실제 장중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 그림으로 설명되지 않는 장면이 너무 자주 나타납니다. 누군가 던진 주문에 다른 주문이 따라붙고, 호가창의 두께가 바뀌자마자 분위기가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은 바로 그 어긋남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중국 장중 주식시장 데이터를 가져와서, 관측된 결정 패턴 가운데 순수하게 독립적인 모드로 설명되는 행동이 5퍼센트에 못 미친다고 보고합니다. 반면 적응적으로 얽힌 게임 모드로 설명되는 행동은 구간에 따라 82퍼센트에서 94퍼센트, 전체로는 89퍼센트에 이릅니다. 같은 모델에 같은 질문을 던져도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죠. 시장에서는 같은 정보가 주어져도 누가 먼저 움직였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여기서는 조금 조심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89퍼센트라는 숫자는 시장 전체를 새로 예언하는 마법의 정확도가 아니라, 이미 관측된 결정 패턴을 이 틀로 얼마나 잘 기술할 수 있는지를 잰 값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설명력과 예측력은 서로 다른 잣대인데, 첫 번째를 두 번째로 바로 바꿔 읽으면 논문이 한 일을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저는 이 숫자보다 그 뒤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독립이라는 기준선이 실제 데이터에서는 거의 예외에 가깝다는 사실 자체가, 출발 가정을 다시 쓰라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독립이 예외라면 표준은 무엇일까요. 논문이 내놓은 답은 얽힘과 적응이라는 두 단어입니다. 다음 절에서는 그 단어들이 수식 안에서 어떤 모양을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행동을 파동으로 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파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물리학 실험실의 수조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파동은 비유에 가깝지 않고 계산의 도구에 가깝습니다. 여러 행위자의 행동 확률이 시간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퍼지고 겹치는지를 하나의 장(field)으로 쓰고, 그 장의 진화를 기술하는 방정식을 세운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논문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바로 이 선택입니다. 개개인의 심리를 낱낱이 뜯어보는 대신, 겹쳐진 확률의 모양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비유로 바꿔보면 이해가 쉬워집니다.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사람들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생각해보죠. 각자 좋아하는 칸이 있기는 하지만, 앞사람이 움직이면 뒷사람도 따라 움직이고, 안내 방송이 나오면 무게 중심이 한꺼번에 이동합니다. 개개인의 선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덩어리 이동이 생기는 것이죠. 파동 방정식은 이런 덩어리 이동을 개인의 합이 아니라 장의 진화로 쓰는 시도입니다. 누가 어디로 갔는지를 세는 대신, 붐비는 정도가 어떻게 번져가는지를 묻는 셈입니다.

논문은 이 틀을 일반화된 행동 지능(GBI) 비국소 확률 파동 방정식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이름이 길어서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화되었다는 말은 특정 시장이나 특정 규칙에만 묶지 않겠다는 뜻이고, 비국소적이라는 말은 멀리 떨어진 행위자도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며, 행동 지능이라는 말은 물리 입자가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주체를 다룬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수식의 세부 항을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합니다. 상호작용을 나중에 덧붙이는 보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뼈대로 넣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방정식을 세우면 실제로 무엇을 얻게 될까요. 답은 다음에 나오는 고유 모드라는 개념과 이어집니다. 파동으로 쓰면 자연스럽게 안정된 모양 몇 개가 튀어나오고, 그 모양들이 관측을 읽는 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얽힌 게임이 보통의 게임 이론과 다른 점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죄수의 딜레마나 가위바위보 같은 payoff 표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이 말하는 얽힌 게임은 그런 표 한 장으로 닫히는 게임이 아닙니다. 규칙이 고정된 채 최선의 수를 찾는 장면이 아니라, 서로를 보면서 기준 자체가 함께 움직이는 장면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단순합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의 선택을 보고 내 선택을 바꾸면, 그 바뀐 선택이 다시 상대의 다음 선택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얽힘이라는 말의 쓰임에 주의해야 합니다. 양자역학의 얽힘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읽으면 오해가 생깁니다. 논문이 말하는 얽힘은 입자 사이의 물리적 연결이 아니라, 행동 확률이 서로 독립적으로 쪼개지지 않는 상태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한 행위자의 결정 분포를 알려면 다른 행위자들의 상태를 함께 봐야 하는 장면입니다. 마치 합창단처럼요. 각자 다른 음을 내지만 따로 떼어놓고 들으면 곡이 들리지 않고, 겹쳐야 화음이 생깁니다.

적응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정해진 전략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장중 뉴스나 사건, 환경 변화에 따라 준거점 자체가 바뀌는 움직임을 뜻합니다. 아침에는 손실 회피가 먼저였다가, 점심 뉴스가 터진 뒤에는 추격 매매가 먼저가 되는 식입니다. 규칙이 바뀌었다기보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가 바뀌는 것이죠. 논문은 이런 적응이 전체 행동의 2퍼센트에서 12퍼센트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고하는데, 이 구간이 작아 보여도 해석상으로는 큽니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얽힌 패턴이 유지되다가, 특정 시점에 기준이 abrupt하게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개념 구분이 실제 분석에서 어떤 힘을 발휘할까요. 그 답을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고유 모드입니다.

고유 모드로 결정을 읽으면 무엇이 보일까

고유 모드(eigenmode)라는 말은 어렵게 들리지만, 아이디어 자체는 일상적입니다. 복잡하게 흔들리는 현상에서도 자주 나타나는 안정된 모양 몇 개를 골라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기타 줄을 튕기면 여러 진동이 섞여 있지만, 결국 귀에 남는 것은 몇 개의 울림 모양이죠.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수많은 주문과 취소가 오가지만 반복해서 나타나는 집단 행동의 결이 있다는 것이 논문의 시각입니다.

논문은 파동 방정식에서 이런 안정된 모양들을 도출하고, 각각이 인간 지능 행동의 넓은 스펙트럼을 분석적인 메커니즘과 함께 포착한다고 설명합니다.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실제로 주장하는 바를 풀면 이렇습니다. 첫째, 집단 행동을 몇 개의 모드로 나눌 수 있다. 둘째, 각 모드가 어떤 조건에서 나타나고 어떻게 전이되는지를 수식으로 따라갈 수 있다. 셋째, 그래서 관측된 행동을 독립, 얽힘, 적응이라는 언어로 분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류표를 새로 만든 게 아니라, 분류가 수식에서 나오게 만들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저는 여기서 조금 의심했습니다. 안정된 모양을 찾는 일은 자칫 결과를 끼워 맞추는 일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모드를 충분히 많이 만들면 어떤 데이터든 잘 맞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그래서 관건은 모드의 개수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입니다. 논문이 내세우는 표현대로 testable하다는 말이 실제로 무엇을 보장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어떤 관측이 나오면 이 틀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 반증 조건이 분명해야 틀이 과학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뒤에서 데이터 해석과 함께 다시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메커니즘의 감각만 잡고 넘어가죠. 파동으로 쓰면 집단을 한 장면으로 보고, 고유 모드로 나누면 그 장면의 단골 구도를 읽으며, 얽힘과 적응으로 구도가 바뀌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그렇다면 이 렌즈를 실제 장중 데이터에 갖다 댔을 때 무엇이 보였을까요. 이제 숫자의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장중 거래에서 89퍼센트라는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숫자가 먼저 나왔으니 조건을 함께 봐야 합니다. 논문은 중국 장중 주식시장 데이터를 분석했고, 적응적으로 얽힌 게임 모드가 관측된 결정 패턴의 82퍼센트에서 94퍼센트, 전체로는 89퍼센트를 설명한다고 보고합니다. 일반 파일에만 남겼을 때와 달리 여기서는 숫자가 prose 안에 박혀 있는데, 저는 이 숫자들을 쌍으로 읽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구간 82에서 94라는 폭과 전체 89라는 대표값이 함께 있을 때, 시장의 날마다 결이 달랐다는 사실까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장면을 상상해보죠. 오전 9시 반, 장이 열리자마자 호가창이 빠르게 쌓입니다. 어떤 트레이더는 어제 종가를 기준으로 삼고, 다른 트레이더는 시초가의 방향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처음 몇 분은 각자 기준이 다르지만, 거래량이 붙기 시작하면 기준이 서로에게 끌려가면서 비슷한 방향으로 쏠립니다. 이 쏠림이 바로 얽힌 모드가 포착하는 장면입니다. 혼자 판단했다면 이렇게까지 한 방향으로 모이기 어렵지만, 서로의 주문을 보면서 기준이 동기화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이 숫자는 그대로 믿기 전에 조건을 봐야 합니다. 어떤 종목과 어떤 기간을 썼는지, 결정 패턴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셌는지, 독립 모드와 얽힌 모드의 경계를 어디에 그었는지에 따라 값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문의 요약만으로는 그 경계 설정의 디테일까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89퍼센트를 정밀한 상수로 읽기보다 방향을 가리키는 화살표로 읽는 쪽입니다. 독립이라는零假设에 가까운 가정이 실제 장중 행동의 대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신호로 말이죠. (참고로 중국 장중 데이터는 변동성과 군집 행동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시장의 특성이 얽힌 모드의 설명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대부분을 설명한다는 말은 나머지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5퍼센트 미만의 독립과 2에서 12퍼센트의 적응이라는 나머지 조각들이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 다음 절에서 이어가겠습니다.

5퍼센트 미만의 독립과 2에서 12퍼센트의 적응 사이에서

독립 모드가 5퍼센트에 못 미친다는 보고는 언뜻 충격적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시장의 절반쯤은 각자 판단하는 개인일 것 같은데, 관측상으로는 예외에 가깝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비틀어보면 이 결과는 일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도 옆 테이블이 시킨 것을 보고 마음이 바뀌고, 회의에서도 첫 발언의 방향을 따라 의견이 모이곤 하죠. 독립적인 판단은 교과서에서는 출발점이지만, 실제 장면에서는 드문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반면 2퍼센트에서 12퍼센트를 차지하는 적응 행동은 성격이 다릅니다. 평소의 얽힌 흐름이 유지되다가 장중 뉴스나 사건을 만나면 준거점이 abrupt하게 넘어가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이중 균형 상태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것도 이와 연결됩니다. 하나의 안정된 상태만 있는 게 아니라 두 개의 안정된 상태가 있고, 충격이 오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넘어간다는 뜻이죠. 아침까지는 손실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먼저였다가, 오후에 특정 뉴스가 나오자 수익을 쫓는 움직임으로 무게 중심이 넘어가는 식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적응은 얽힘과 다른 층위의 현상일까요, 아니면 얽힌 상태가 바뀌는 방식의 이름일까요. 저는 후자에 가깝게 읽습니다. 평소에는 서로를 보면서 같은 리듬으로 움직이다가, 외부 충격이 오면 리듬 자체를 갈아타는 것이죠. 라디오 채널을 돌리는 것처럼요. 같은 라디오라도 다이얼을 돌리면 다른 방송이 나오듯, 같은 시장이라도 준거점이 바뀌면 다른 행동 분포가 나타납니다. 이 해석이 맞다면 2에서 12퍼센트라는 구간은 잡음이 아니라, 구조가 전환되는 순간을 따로 센 값으로 봐야 합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독립이 드물다는 사실은 개인의 합리성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고, 적응이 전환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뉴스의 내용을 넘어 뉴스가 기준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봐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적 해석이 뇌에 대한 주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다음 절에서는 논문에서 가장 논쟁적인 대목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얽힌 신경 섬유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조심해야 할까

논문은 집단 트레이더 행동에 대한 발견을 Liu-Chen-Ao(LCA) 가설에 대한 경험적 지지로 제시합니다. LCA 가설은 뇌 안에 비국소적으로 얽힌 신경 섬유가 있다는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장이라는 집단 바깥 현상에서 얽힌 모드가 잘 맞았다는 점을 들어, 뇌 안의 얽힘에 대한 간접 증거로 읽을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죠. 이 대목에서 저는 멈칫했습니다. 집단 수준의 기술적 성공과 개체 뇌 수준의 메커니즘이 서로 다른 층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비유를 들어보죠. 새 떼가 파동 방정식으로 잘 기술된다고 해서, 새 한 마리의 뇌 안에 파동 안테나가 있다는 결론이 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떼의 모양과 개체의 신경 구조는 서로 힌트를 줄 수는 있지만, 같은 증거로 묶기에는 건너야 할 다리가 많습니다. 시장 데이터는 많은 뇌가 상호작용한 바깥 결과이고, LCA 가설은 한 개체의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바깥 패턴이 안쪽 구조를 시사할 수는 있어도, 곧바로 입증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연결을 완전히 버려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가설의 방향을 잡아주는 약한 증거로는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인간의 집단 행동에서 얽힘으로 잘 읽히는 규칙성이 반복된다면, 그런 규칙성을 만들어내는 개체 구조가 어떤 모양이어야 하는지를 묻는 일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지지는 상관관계와 정합성에 가깝고, 인과나 직접 관측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뇌 영상이나 생리학적 측정 없이 시장 데이터만으로 신경 섬유의 존재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죠.

실제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다음 질문이 바로 생깁니다. 뇌 가설의 진위와 상관없이, 얽힌 게임 모듈이라는 계산 장치가 AGI에 쓸모가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이 논문의 가치를 가르는 분기점이라고 봅니다. 생물학적 주장의 강도와 공학적 제안의 유용성은 서로 분리해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절에서는 뇌 이야기를 잠시 옆에 두고, 컴퓨팅 구조로서의 제안을 따져보겠습니다.

조 단위 파라미터와 사람 닮은 소형 처리 장치 사이에서

요즘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면 파라미터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지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규모가 커지면 잘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속이 불투명해지고 운영하는 쪽의 부담도 커집니다. 메모리에 올리는 비용, 추론할 때의 대역폭, 응답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함께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저희 팀 관점에서 보면 숫자가 오르는 것보다 그 숫자를 서빙하는 그림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큰 모델 하나를 겨우 올리는 것과 작은 장치를 여러 곳에 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운영이기 때문입니다.

논문은 이런 흐름에 대해 꽤 분명한 진단을 내놓습니다. 조 단위의 불투명한 파라미터에 의존하는 기존 ANN 기반 AI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확률 파동에 기반한 얽힌 뇌 시뮬레이션과 ANN을 결합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사람다운 소형 처리 장치(HPUs)를 구현하자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모든 것을 거대한 가중치에 외우는 대신, 집단 행동의 구조를 담은 얽힌 게임 모듈을 곁에 두자는 것입니다. 외우는 기억과 어울려 노는 감각을 나누는 셈이죠.

이 제안이 매력적으로 들리는 이유는 효율 때문입니다. 만약 집단 행동의 많은 부분이 몇 개의 모드로 기술된다면, 그 모드를 직접 계산하는 작은 모듈이 거대한 파라미터를 흉내 내는 것보다 가벼울 수 있습니다. embodied intelligence나 로보틱스처럼 몸을 가진 지능에서는 이런 가벼움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로봇은 데이터센터를 등에 지고 다닐 수 없고, 네트워크가 끊겨도 그 자리에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바로 도는 작은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저도 이 방향에 공감합니다.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걸 실제로 어떻게 서빙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면 빈틈도 함께 보입니다. 얽힌 게임 모듈이 파운데이션 모델의 어디에 붙는지, 매 토큰마다 도는지 아니면 높은 층위에서만 도는지, 학습과 추론의 경계가 어디인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계층과 통신 비용을 빼고 효율을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작은 모듈 하나가 가벼워 보여도, 그 모듈이 거대 모델과 매번 왕복해야 한다면 전체 지연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제안을 청사진으로 읽습니다. 완성된 설계도가 아니라, 다음 설계도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스케치로 말이죠.

그래서 다음 연구에서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

여기까지 오면 처음의 89퍼센트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설명력이 높다는 보고는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으로 보고 싶은 것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다른 시장과 다른 기간에서도 같은 분해가 유지되는지입니다. 중국 장중 데이터라는 특정 조건을 벗어나면 독립 모드의 비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모드의 정의와 경계가 얼마나 명료한지입니다. 어떤 관측이 나오면 틀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셋째, 적응 전환을 미리 잡을 수 있는지입니다. 사후에 잘 나누는 것과 사전에 알아채는 것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얽힌 게임 모듈을 실제 모델에 붙였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입니다. 작은 모듈을 곁에 두면 파라미터 효율이나 embodied 장면에서의 반응성이 실제로 좋아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 가운데 마지막 질문이 저는 가장 궁금합니다. 논문은 ANN과 얽힌 뇌 시뮬레이션을 결합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풍부하게 하고 HPU 같은 소형 장치를 만들자고 말합니다. 말은 분명한데, 이어지는 설계는 아직 비어 있습니다. 모듈이 토큰 수준에서 도는지, 에피소드 수준에서 도는지, 학습으로 얻는지 규칙으로 넣는지에 따라 공학적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연구가 보여줘야 할 것은 더 큰 숫자가 아니라 더 분명한 자리에 대한 답입니다. 어디에 붙였더니 무엇이 바뀌었다는 식의 구체적인 보고 말이죠.

같은 맥락에서 LCA 가설과의 연결도 다음 단계를 물을 수 있습니다. 시장 데이터라는 바깥 증거를 넘어, 뇌 안의 얽힘을 직접 겨냥한 측정이 뒤따를 수 있을까요. 혹은 반대로 뇌 이야기가 틀렸더라도 모듈이 유용할 수 있다는 분리가 더 분명해질까요. 두 갈래 모두 논문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단단하게 만듭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유용한지를 가르는 일이, 다음 연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흐름은 어디에서 이어질까요. 저는 개별 모델의 똑똑함을 키우는 경쟁 옆에, 얽힘을 직접 계산하는 작은 장치들의 경쟁이 새로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크기로 승부하는 길과 모양으로 승부하는 길이 나란히 가는 것이죠. 이 논문은 후자의 길에 수식과 데이터라는 단서를 함께 올려놓았습니다. 단서가 정답이 되려면 아직 물을 것이 많지만, 질문의 방향만큼은 분명합니다. 혼자 판단하는 개인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장면을 먼저 쓰는 일, 그 장면을 몇 개의 안정된 모양으로 읽는 일, 그리고 그 모양을 작은 모듈로 옮기는 일입니다.

혼자보다 함께를 먼저 쓸 때 열리는 일

처음에 이 논문을 펼쳤을 때는 파동이라는 단어 때문에 잠시 망설였습니다. 물리학의 옷을 입은 과장처럼 보일까 봐서죠. 그런데 장중 데이터의 분해 결과를 찬찬히 따라가 보니, 옷보다 몸에 눈이 갔습니다. 독립이 예외에 가깝고 얽힘이 표준에 가깝다는 관측, 평소의 흐름과 전환의 순간을 나누어 읽는 시각, 그리고 그 구조를 작은 계산 모듈로 옮기자는 제안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받아들이기 전에 깎아낼 부분도 분명합니다. 시장이라는 바깥 패턴으로 뇌 안의 구조를 곧바로 말하기는 어렵고, 89퍼센트라는 설명력을 예측력으로 바꿔 읽어서도 안 되며, 작은 모듈의 효율은 실제 서빙 그림 안에서 다시 따져야 합니다. 겉보기에 확산처럼 보이는 사례를 조심해서 보듯, 잘 맞는다는 보고 앞에서는 무엇이 잘 맞는지를 더 조심해서 봐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 논문을 확정이 아니라 초대장으로 읽었습니다. 얽힘을 구호가 아니라 계산으로 다루자는 초대로 말이죠.

앞으로 에이전트가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에이전트와 연결될수록, 개별 모델 하나가 똑똑한지만 보는 것을 넘어 에이전트 사이에서 무엇이 얽히고 어떻게 바뀌는지까지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시점에서 다시 떠오를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의 AGI는 혼자 푸는 문제를 더 잘 푸는 쪽으로 가야 할까요, 아니면 함께 노는 장면을 더 잘 읽는 쪽으로 가야 할까요. 이 논문은 후자에 표를 던졌습니다. 저는 그 표의 무게를 아직 다 재지 못했지만, 적어도 어디에 저울을 두어야 하는지는 알게 됐다고 봅니다.

참고 자료

  1. Adaptive Entangled Game Modules in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 arxiv.org

    리뷰 원문